봉인을 풀며
수심 4,000m, 끝없이 펼쳐진 진흙 바닥. 분홍빛 통통한 동물 수십 마리가 다리 같은 관 발로 천천히 걸어갑니다. 고래 사체가 가라앉은 곳으로 모여드는 중입니다.
정체
바다돼지. 학명 '스코토플라네스'로 불리는 해삼 무리입니다. 미국 몬터레이만 수족관 연구소(MBARI)에 따르면 몸길이는 최대 약 17cm이고, 수심 1,000~6,000m의 깊은 바다 평원 바닥에 전 세계적으로 삽니다. 보통 해삼은 관 발이 몸 아래에 숨어 있지만, 바다돼지는 관 발이 길쭉해 마치 다리처럼 몸을 진흙 위로 받쳐 줍니다.
기록
MBARI에 따르면 바다돼지는 진흙 바닥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바닥에 내려앉은 신선한 유기물 찌꺼기를 걸러 먹습니다. 가라앉은 고래 사체 근처에서 큰 무리를 지어 먹이를 먹는 모습도 관찰됐습니다. 또 어린 킹크랩이 바다돼지 몸에 올라타 '얻어 타고' 다니는 모습도 보이는데, 바다돼지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. 사진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바다돼지 표본으로, 다리처럼 길쭉한 관 발이 보입니다.
저는 '다리로 걷는 해삼'이 지구에서 가장 넓은 땅인 깊은 바다 바닥을 떼 지어 다닌다는 점이 가장 귀여웠습니다.큐레이터 암모나이트의 노트
출처
- MBARI (몬터레이만 수족관 연구소) — Sea pig
- 사진: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/ Wikimedia Commons (CC0) — 원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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